회원토론회 자료집 <경제민주주의와 직장민주주의> | 조회 : 646 |
작성자 : 약탈경제반대행동 | 작성일 : 2018/0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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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주의와 직장민주주의 (Economic Democracy and Workplace Democracy)
정승일(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정책연구소 소장)
1.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경제민주주의 2. 경제민주주의의 세계 역사 3. 산업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 4. 한국에서 경제민주주의와 산업민주주의, 직장민주주의
1.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경제민주주의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적 경제 담론이 취약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의 개념과 원리에 의거한 경제시스템, 특히 금융시장 자본주의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가 파산했다고 해서 바로 저절로 그것을 대체할 경제시스템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한국에서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대안적 경제질서는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과 논의가 취약하다. 하지만 대안적 경제질서에 대한 담론과 이론적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 발발 이후에 지금도 그 금융위기를 야기한 책임자들이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지위에 있다. 그렇게 된 주된 이유의 하나가 대안적 경제담론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유럽에서는 대안적 경제질서에 관한 토론과 논쟁이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모두에서 제시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난 수십 년 간 잊혀져있던 ‘경제민주주의’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담론적 화두로 떠올랐다. 예컨대 독일의 금속노조(IG Metall)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경제적 대안으로서 경제민주주의”를 2009년부터 논의하기 시작하였다(Meine/Stoffregen 2010) 그리고 그 논의는 독일의 학계로도 확대되었다(Blankau 2010, Martens 2010). 독일 노동조합연맹(DGB)는 2015년 1월 개최된 전국대회에서 ‘경제민주주의와 그리고 그 일부인 노사공동결정제를 더욱 공격적으로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독일의 사무금융서비스직 산별노조인 Ver.Di는 ‘경제민주주의 작업팀’을 결성하고 그것이 주체가 되어 ‘경제민주주의의 개념과 정책을 더욱 발전시킬 것’을 결의했다. 그 결과 2015년에는 경제민주주의에 관한 초안 문건이 독일노동조합들에게 제출되었고 현재 그 문건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더 많은 경제민주주의를 감행하라 금융시장 자본주의란 금융시장 또는 금융투자자들이 주역이 되어 기업과 산업, 경제 전체를 지휘하고 지배하는 자본주의를 말한다. 이에 맞서는 대항 담론으로서의 경제민주주의란 기업과 산업, 경제 전체에서 민주주의의 원리, 즉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통치’라는 원리가 관철되는 상태를 말한다. 독일의 노동조합총연맹(DGB)은 2010년 5월의 개최된 전국회의에서 “경제의 민주화”와 함께 “더 많은 경제민주주의”(Mehr Wirtschaftsdemokratie)를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그리고 ‘더 많은 경제민주주의’란 ‘회사 및 회사 밖에서의 노사 공동결정제와 경제의 민주주의적 자주관리, 소유 형태의 다변화, 더 좋은 규제, 그리고 더 좋은 거시경제 조정’이라고 선언했다 (DGB 2010). 또한 독일 철강노조는 대안적 경제질서란 ‘모두를 위한 좋은 일자리’,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정의로운 분배’, ‘모두를 위한 좋은 교육’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정의하면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경제 개입’, ‘다차원적 노사 공동결정’, ‘공공소유와 사적 소유, 사회적 경제 등 다양한 소유형태의 혼합’, 그리고 복지국가 등이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선언했다. 이렇듯 유럽에서 특히 노동계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주의는 우리나라에서의 경제민주주의 즉 ‘대중소기업간 상생과 공정한 시장질서’, 그리고 ‘재벌개혁을 위한 주주민주주의’ 담론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것은 거시경제 정책과 규제 정책, 기업의 소유 형태 (사기업과 공기업, 협동조합 기업 등의 공존), 그리고 다차원적 노사 공동결정(기업 및 산별, 국민경제 차원에서) 등 다양한 경제 영역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적 경제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Demirović 2007, Krätke 2008, Müller-Jentsch 2011). 경제민주주의에 관한 유럽의 최근 논의를 3가지 차원으로 구별해서 보면 다음과 같다 (Marten 2010). 첫째 미시적 차원인데, 이것은 회사 차원에서 직장평의회(works council) 및 노동조합의 역할 강화, 그리고 회사 이사회에서 노동이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중위적 (meso) 차원인데, 이것은 산업별 및 지역별 노동조합과 산업별-지역별 단체협약의 권한 확대 등을 의미한다. 셋째는 거시경제적 차원인데, 이것은 국가복지 및 공공서비스의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노동조합 가입 의무화, 은행 등 금융시장의 공공성 강화와 공기업의 공공 서비스 역할 확충, 사기업만이 아니라 공기업 및 협동조합형 기업 및 금융기관의 역할 강화 등을 포함한다.
2. 경제민주주의의 세계 역사
경제민주주의와 노동운동 경제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곳은 1920년대 독일이다. 당시 독일은 바이마르 공화국이 1918년 민주혁명으로 성립되어 있었다. 빌헬름 황제정이 종식되고 독일 역사상 최초로 민주공화국이 수립되었으며, 바이마르공화국은 사회민주당과 중앙당(자유주의 성향)의 연립 정부였다. 이 연립 정부에 소수파 지분을 가진 정당으로 참여한 사회민주당과 그리고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은 1920년대 초중반부터 경제민주주의(Wirtschafts- demokratie)를 핵심 요구로 채택했다. 이런 맥락의 경제민주주의를 책으로 정식화한 것인 1928년에 Fritz Naphtali가 발간한 책 『경제민주주의 – 그 실체와 방법, 목적』 (Wirtschaftsdemokratie – Ihr Wesen, Weg, und Ziel)이었다 (Naphtali 1928). 이 책의 발행 주체는 당시 독일노동조합총연맹(Allgemeine Deutsche Gewerkschaftsbund: ADGB)이었으며, 이 책의 주저자인 Fritz Naphtali는 1927-33년의 기간 중에 독일노동조합총연맹에서 경제정책을 연구하는 부서의 책임자였다. Naphtali는 이 책을 1928년의 독일노동조합총연맹 베를린 대회에서 발표하였는데, 그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점진적, 단계적으로 민주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제 그것을 시작하자고 했다. 나프탈리가 제출한 경제민주주의 요구는 동 노동조합 대회에서 논의되고 채택되었다 (ADGB 1928).
경제민주주의와 그 실체, 방법과 목적 이 책의 제1장은 ‘경제의 민주화’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여기서 그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있어 경제력 집중과 독점화(카르텔, 신디케이트, 트러스트)의 이슈를 다루면서 그것들을 (해체하기보다는) 어떻게 사회적-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지의 방법을 다루고 있다. 또한 공기업과 협동조합, 노동조합소유 기업 등 다양한 대안적 소유-경영기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 제1장의 내용은, 오늘날 한국경제에 비유하자면, 재벌그룹 및 독과점 대기업들을 어떻게 민주화(경제민주화)할 것인지 (물론 한국에서 이야기되는 재벌해체, 독과점 해체와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사기업만이 아니라 협동조합기업과 공기업 등 비자본주의적 기업들을 어떻게 번성하게 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2장의 내용은 ‘국가의 경제정책 기구들을 민주화’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의 각종 경제정책 관련 국가기구들(위원회, 자문회의, 상공회의소, 중앙은행 위원회 등등)에 노동운동의 대표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민경제의 모습을 형성하는 업무에 공동결정권을 가지고 참여하자’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오늘날 한국경제에 비유하자면, 노동운동의 대표자들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산업구조조정 관련 노사정 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국가의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결정권 또는 자문권을 가지는 온갖 위원회와 회의체에 적극 참여하여 공동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제3장의 내용은 ‘노사관계의 민주화’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 제1절에서는 먼저 채권자 권리보다 노동권이 우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조정 기업에 있어 채권금융기관과 개인 채권자들이 노동권을 무시하면서 자의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대안적 정책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제2절에서는 노동조합이 각종 사회정책(의료건강 정책, 연금정책, 고용보험 정책 등 복지국가 정책)에서 공동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제3절에서는 ‘직장민주주의’(Betriebsdemokratie)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바이마르공화국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직장평의회(works council : Betriebsrat)가 노사 단체협약의 실행과 감독이라는 임무를 수행한다고 평하면서, 하지만 직장평의회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노동조합(산별 노조)에 비해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의 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요구 이 책의 제4장은 교육의 사적 독점을 타파하기 위하여 공교육 제도를 어떻게 새롭게 구축할 것인가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5장은 ‘경제 민주화’를 위한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의 12개 당면 요구사항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노동권 보호와 노동권의 새로운 구축 2. 사회보험/사회보장 제도의 확장과 새로운 구축 3. 계획적인 임금 정책 4. 직장평의회(Betriebsrat)의 권리/권한의 정착 및 확대 5. 국가의 모든 경제정책 기구에 노동자 대표들의 참여와 공동결정 6. 독점자본 및 카르텔에 대한 통제에 있어 [그것들의 해체가 아님] 노동조합의 공동 결정 7. 탄광업에 있어 노동자 자주관리조직과 여타 산업들을 자주관리 기구로 전환할 것 8. 영리 기업들에 대한 공공의 조정과 개입 9. 농업 생산에 대한 계획적 정책 지원 10. 소비자 협동조합 및 그것에 의한 생산에 대하여 정책적 지원 11. 노동조합이 소유-경영하는 기업의 육성 12. 사적 교육독점을 분쇄하는 더욱 진전된 공교육 정책
이렇듯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의 당시 경제민주화 요구는 노사관계만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민주주의적 재구성을 위한 종합적 기획이었다. 이는 당시 바이마르공화국에서 실제로 노동조합이 다양한 권한과 권리를 가지고 국가의 경제정책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현실에 기반한 것이다.
전후 경제민주주의 요구의 부활 나프탈리와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이 1928년의 베를린 전국대회에 제출한 위의 경제민주화 요구는 토론을 거쳐 압도적 다수로 채택되었다. 당시 공산주의 계열의 노동조합원들은 이러한 경제민주화 기획을 ‘환상’이라고, ‘노동계급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하였다. 아무튼, 나프탈리와 독일노동조합총연맹의 경제민주화 기획은 하지만 1933년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하고 노동조합이 강제 해산당하면서 사라졌다. 그런데 나치로부터 해방된 이후 독일 노동운동은 다시 경제민주주의를 핵심적 경제정책 구상으로 제시하였다. 독일노동조합연맹은 1949년에 재출범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DGB 1949) : “1918년에서 1933년까지의 경험[바이마르공화국의 경험]은 우리에게 가르치기를, 형식적인 정치적 민주주의만으로는 진정으로 민주주의적인 사회질서를 창출하기에 부족하다. 정치생활의 민주화는 경제의 민주화로 보완되지 않으면 안된다”. 1949년에 제출된 독일노동조합연맹(DGB)의 ‘새로운 경제질서 구축’ 프로그램은 ‘경제의 민주화’라고 명명되었다. 바이마르공화국 시기에 논의된 경제민주주의 전통이 부활하였다. 독일 노동조합연맹은 이러한 경제민주주의 담론을 가지고 온건 보수당인 기독교민주당 측의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와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 담론을 비판하였다(Schmidt 1970).
독일 등 유럽에서 일부 실현된 경제민주주의 앞서 본 것처럼 1920년대와 그리고 전후 독일의 노동운동은 경제민주주의를 국민경제와 산업, 그리고 기업의 총체적인 민주주의적 전환으로 간주했다. 노사 공동결정(Mitbestimmung: co-determination)은 그러한 총체적 기획의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후 독일 정치에서는 온건우파 정당에 해당하는 기독교민주당의 정치적 지배 기간이 훨씬 길었고, 그 결과 경제민주주의의 다양한 요구 중에서 오직 노사 공동결정제만이 독일에서 상당부분 구현되었다. 오늘날 독일에는 3차원에서 노사 공동결정이 이루어진다. 첫째는 초기업적 노사 공동결정인데, 이것은 사회보험제도(한국의 경우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지배구조 및 운영구조에 노동자 대표들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른바 노동이사 제도인데, 이것은 1951년에 석탄 및 철강 산업에서 회사 이사회의 1/3에 노동자를 대표하는 이사하는 형식으로 시작되었고, 1976년의 법개정으로, 종업원 2천명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회사 이사회의 절반, 500-2000명 대기업에서는 이사회의 1/3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의 공동결정은 직장평의회(Betriebsrat)의 역할인데, 직장평의회는 종업원 5명 이상의 모든 기업들에서 활동한다. 독일에서 이루어진 노사 공동결정제는 그 이후 스웨덴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여러 유럽국들에서도 채택되었다.
3. 산업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
산업민주주의와 노동조합 산업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라는 개념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적으로 쓰이게 된 계기는 19세기 말부터 페이비언 소사이어티(Fabian Society)에서 활동하던 시드니/베아트리체 웹 부부가 1897년에 『산업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한 것이다 (Sidney/Beatrice Webb 1897). 이 책에서 웹 부부는 산업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주로 노동조합의 활동과 그 목표, 방법(단체협약)에 관하여 서술하는데 사용하였다. 이 책을 발간하기 3년 전인 1894년에 웹 부부는 『노동조합주의의 역사』(History of Trade Unionism)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했는데, 『산업 민주주의』는 그 책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이야기되는 산업민주주의의 의미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와 상당히 다르다. 오늘날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산업민주주의란 작업장 또는 직장 수준에서의 민주주의(즉 직장평의회 또는 노사협의회 형태의 경영참여 등) 또는 회사 수준의 민주주의(노동이사제 등 노사 공동결정제)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이 책에서 웹 부부가 이야기하는 산업민주주의란 노동조합의 활동 그 자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서의 산업민주주의란 노동조합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웹 부부는 노동조합 그 자체를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보았다. 즉 그들은 노동조합이야말로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통치’가 이루어지는 조직이라고 보았다.
산업민주주의와 아나코-생디칼리즘 산업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영어권에서 크게 확산되는데 기여한 책이 시드니/베아트리체 웹 부부의 책 『Industrial Democracy』인데, 하지만 본래 산업민주주의라는 용어는 19세기 유럽의 여기저기서 사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1840년대에 이미 프랑스의 프루동(피에르 조셉 프루동)은 자신의 책 『소유란 무엇인가?』에서 산업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프루동이 말한 산업민주주의란 노동자들이 스스로 회사 경영진을 선출 또는 선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즉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의미의 산업민주주의는 일종의 아나코-생디칼리즘 전통 속에 있다. 프루동은 산업민주주의라는 용어를 그의 후기 저작인 『혁명의 일반적 사상』에서도 반복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산업민주주의는 아나코-생디칼리즘과 그리고 그 당시에 전개된 신노동조합주의(New Unionism)에서 중요한 화두였다. ‘노동조합(산별노동조합)이 스스로 산업을 자주 관리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산업민주주의는 그 시기 유럽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화두였다.
산업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 나프탈리는 1928년에 독일어로 발간된 책 『경제민주주의』의 서론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경제민주주의(Wirtschaftsdemokratie)가 본래 웹 부부가 1897년에 영어로 발간한 책 『산업민주주의』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히고 있다. 즉 경제민주주의와 산업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프탈리의 책 『경제민주주의』와 웹 부부의 책 『산업민주주의』는 상당한 내용상 차이를 보인다. 나프탈리의 경제민주주의는 독점자본에 대한 사회적-민주적 통제와 그 방법, 국가의 다양한 경제정책 기구 및 사회복지 기구의 운영에 있어 노사 공동결정 등 국민경제와 산업의 민주주의적 경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바이마르공화국 시기의 독일 노동조합운동은 그러한 요구를 바로 실현할 수도 있는 처지에 있었다. 연립정부의 집권당으로 참여하는 사회민주당과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1897년에 발간된 『산업민주주의』에서 다루는 내용은 앞서 말했듯이 주로 노동조합의 활동에 관한 것이다. 나프탈리의 『경제민주주의』에서 다루는 국민경제와 산업, 복지국가 등에서 노사 공동결정 등에 관한 내용은 없다. 실제로 19세기 말의 영국의 노동운동 상황은 그런 높은 수준의 요구를 기획하거나 실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통이 되어 이어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 영어권에서는 지금도 산업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를 작업장(사업장) 차원에서의 노동조합 및 직장평의회(works council)의 활동 정도로 이해한다. 이에 반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권에서는 산업민주주의가 아닌 경제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며, 이것은 작업장/사업장의 차원을 넘어, 회사와 산업, 국민경제 등 더욱 확대된 차원에서의 노사 공동결정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산업민주주의와 직장민주주의 산업민주주의는 종종 직장민주주의(workplace democracy)와 동의어로 쓰인다. 즉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터에서 위계적인 명령-복종 관계가 아니라 참여적이고 민주주의적인 노사관계가 구축되는 것을 직장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 그것은 산업민주주의의 본질적 실체에 해당한다. 그리고 직장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과 직장평의회 같은 제도적 기구들이 필요하다. 이는 낮은 수준의 경제민주주의라고도 지칭할 수 있다. 그보다 높은 단계의 경제민주주의란 회사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여 노사가 공동결정하는 노동이사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도 더 고차적으로는, 산업 및 국민경제를 통치하는 각종 경제정책 기구에 대한 노동운동계의 참여와 그 의사결정에서 공동결정이다.
4. 한국에서 경제민주주의와 산업민주주의, 직장민주주의
주주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논의된 경제민주주의는 주주민주주의였다. 소수주주(minority shareholders)와 기업사냥펀드 역시 기업의 대주주와 동등권 권리를 가지고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동등한 1주1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수주주는 엄밀하게 말해서 ‘뜨내기 소유자’일 뿐이다. 영어로도 소유주(stock owners)가 아니라 보유자(shareholders)라고 부른다. 주가가 하락하면 언제든지 주식을 팔고 떠나면 그 뿐인 유한책임의 포트폴리오 투자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소수주주들에게 대주주와 똑같은 권리를 부여할 경우 그들 펀드 및 투자자들의 투기성과 약탈성이 경제 전체와 기업세계를 지배하는 질서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이다. 주식투자자와 펀드들은 이 회사 저 회사,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이다. 마치 과거 16-19세기에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를 떠돌며 일확천금의 은광을 찾아 헤매던 식민지 약탈자들과 비슷하다. 그들은 대박 투자처를 발견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자국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런 유한책임 투자자들에게 대주주와 동등한 의결권을 주자는 것은 마치 잠시 한국에 업무차 방문한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동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이치에 맞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주장이다. 더구나 주식투자자들이 경제민주주의의 주요 주역으로 등장하는 주주민주주의는 최상위 1~2%의 부자들만의 민주주의 즉 귀족민주주의 또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민의 약 2%인 100만 명이 국내 주식배당소득의 대부분인 95%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나머지 8백만 명의 국내 주식투자자들 (금융사, 대기업, 공공부문 노동자들 포함)은 총 주식배당소득의 겨우 5%를 가져갈 뿐이다. 현재 일각에서 이야기되는 ‘주주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전략적 동맹을 통한 경제민주주의’전략은 주식배당의 95%를 가져가는 최상위 1%의 부유층이 그 5%를 가져가는 일부 상층 노동자들와 동맹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당연히 그 동맹의 내용과 방향은 주주자본주의이다. 이에 반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에 즈음하여 유럽에서 수십 년 만에 새로 부활한 경제민주주의 담론이 가장 배격하는 것이 주주자본주의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금융시장 자본주의(financial market capitalism)이다. 예컨대 Joerg Huffschmid와 Michael Schumann, Joahim Bischoff 등이 공저한 유명한 책 『Wirtschaftsdemokratie : Alternative zum Shareholder-Kapitalismus』(경제민주주의 –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대안)(2006)가 일찍이 주주자본주의(주주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경제민주주의를 제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독일과 유럽의 노동운동과 민주+진보 정치에서는 ‘주주자본주의 대신 경제민주주의’(Wirtschaftsdemokratie statt Shareholder- Kapitalismus)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수없이 진행되고 있다.
다차원적 경제민주주의를 ‘지금, 여기’ 한국 땅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서구에서 1920년대에 처음 화두로 등장한 경제민주주의는 19세기 유럽의 산업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 또는 직장민주주의(workplace democracy)를 질적으로 더욱 확대한 것이다. 1970년대에 미국과 유럽에서 다시 활발하게 전개된 경제민주주의 역시 공정한 노사질서 또는 산업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에 관한 담론이었다. 1968년 서독의 국회 선거에서 ‘더 많은 민주주의를 감행하자’는 슬로건으로 집권한 사회민주당의 빌리 브란트 수상은 1969-74년의 임기 중에 기존의 노사 공동결정제를 더욱 확장하여 ‘더 많은 경제민주주의를 감행하자’(mehr Wirtschaftsdemokratie wagen)는 논의와 함께, 노사 공동결정제를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폭 확대하였다. 본래 석탄-철광 산업에만 한정하여 회사 이사회의 1/3을 노동이사로 선출하도록 하던 법률을 개정하여, 모든 업종과 산업에서 종업원 500-2000명의 회사에서는 이사회의 1/3을 노동이사로 하고, 더구나 모든 업종과 산업에서 종업원 2천명 이상 회사의 경우 이사회의 1/2을 노동이사로 하도록 하였다. 노사 공동결정제를 큰 폭을 확대한 것이다 (Vilmar/Sandler 1978). 또한 서구 68혁명의 열띤 분위기 속에서 서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경제민주주의 토론의 결과, 스웨덴에서도 집권 사회민주당의 올로프 팔메 수상의 주도로 1970년대에 회사 이사회의 1/3을 종업원 대표로 구성하는 법이 제정되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여타 서유럽 국가들에서도 이와 대동소이한 형태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었다. 한편 유럽의 경제민주주의 논의는 미국에도 상륙하여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자신의 강연을 엮어낸 책 『경제민주주의에 관하여』를 1981년에 출간하였다. 이와 같은 경제민주주의 담론에서는 핵심을 돈 없고 자본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어떻게 기업과 산업, 국민경제 차원에서 확보할 것인지를 중시한다. 1주1표 원리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가치관이 아니라 1인1표의 원리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가치관이 기업과 산업, 국민경제 차원에서 관철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작업장/사업장과 회사에서는 주주(총수 일가와 대주주, 소수주주)들이 독점한 이사회 권력과 각종 의사결정 권력을 해체하여 종업원 대표들과 그 권력을 공유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자들이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작업장/사업장과 회사의 모든 중요 의사결정 단위에 참여하는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를 만들자는 것이 경제민주주의이다. 산업 차원에서는 진정한 산업별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만들어 산업별로 조직된 사업주협회와 공동으로 해당 산업을 통치하고 조정하는 산업 지배구조(industrial governance)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별, 업종별로 진행되는 노사 단체협상을 정식으로 제도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경제민주주의가 된다. 또한 금융업과 농업, 주택과 유통 등 다양한 업종과 영역에서 협동조합적 소유-경영(사회적 경제)과 노동조합 소유-경영 등을 육성하고 확산하는 것 역시 중요한 경제민주주의 아젠다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기업 구조조정 및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중요한 국책 금융기관의 지배구조와 운영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대표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공동결정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경제민주주의 아젠다이다. 국민경제 전체 차원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관리하는 경제적 지배구조(economic governance)에 해당하는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노사정위원회 등등에, 그리고 청와대 산하의 자문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 일자리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지역발전위원회) 등등에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등 사회공동체의 대표자들이 적극 참여하여 공동결정(co-determination)하는 것이 경제민주주의의 요구로서 중요하다. 참여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정치적 형식과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적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게 하자는 것이 경제민주주의의 핵심 요구이다.
직장 갑질에 맞서는 직장민주주의 – 제2의 촛불혁명은 자신의 직장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참담한 수준의 노동인권 보호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착취와 성희롱, 폭력 등 다양한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직장갑질에 저항하는 ‘직장민주주의’ 캠페인이 최근 시작되었다. ‘직장갑질119’라는 이름으로 수백 명의 노무사와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카톡방에 모여 직장에서 발생하는 무임노동과 인격모독, 성희롱과 성폭행, 해고위협 등 각종 직장 갑질에 대한 상담과 신고를 받기 시작하였다. 우리 국민들은 1년 전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 모여 촛불혁명을 시작하였다. 광장의 촛불시민들이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공화국의 주권은 국민들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정치적 민주주의가 달성되었고 정권이 교체되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직장은, 일터는 여전히 철저한 독재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회사 정문 앞에서 정지한다”는 것이 이 나라 경제의 현실이다. 돈/자본을 가진 자들 또는 그 대리인들이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그들의 말이 곧 법이다. 회사에서는 민주주의도, 법치국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종업원들, 노동자들은 그들의 말 앞에 노예처럼 비굴하게 굴복하여야 한다. 정치적 주권자들이 경제적으로는 노예 상태에 있는 참담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자신이 일하는 일터와 직장에서 제2의 촛불혁명이 시작되어야 한다. 직장 갑질에 맞서는 직장민주주의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야 한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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