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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도권 사기는 사기가 아니란 말인가” (더스쿠프) 조회 : 206
작성자 : 약탈경제반대행동 작성일 : 2021/05/10
“비제도권 사기는 사기가 아니란 말인가” 강서구 기자  승인 2021.05.07 08:59  호수 399 인터뷰 |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독립적인 금융소비자위원회 만들어야

31만3593건. 2019년 발생한 사기범죄 건수다. 2010년 20만5913건과 비교해 52.2%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식·가상화폐 등의 시장에서 투자열풍이 불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사기범죄는 더 늘어났을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를 만나 물었다. 그는 “제도권 금융사기만 단속할 수 있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는 “높은 수익과 한정된 기회를 미끼로 한 금융사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뉴시스]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는 “높은 수익과 한정된 기회를 미끼로 한 금융사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뉴시스]

✚ 최근 금융사기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통적으로는 금융회사의 사기사건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엔 주식투자 열풍 탓인지 금융사기의 범주가 다양해졌다. 그중 금융을 매개로 한 사기가 부쩍 늘었다고 본다.”

✚ 금융사기가 증가했다는 것을 체감하는가.
“약탈경제반대행동의 주된 활동영역은 기업과 거대 금융자본의 일탈을 감시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금융사기 피해자를 만나고 도움을 주는 일이 많아졌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금융사기가 단체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 금융사기가 가파르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거엔 주요 범죄 중 절도범죄가 가장 많았다. 그러다 2013년 사기범죄가 절도범죄를 추월했다. 2019년에는 전체 범죄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가 사기였다. 사기의 또 다른 이름은 ‘불황형 범죄’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사기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 금융사기를 향한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피해자가 줄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인가.
“그렇다. 먹고살기 팍팍해질수록 돈을 향한 조바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조바심이 커지면 사기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 불행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금융사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로 들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핵심은 불황이다. 일반 소시민은 노동소득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득은 줄고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노동소득만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지니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를 노리는 금융사기가 증가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금융사기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다양한 금융사기가 발생하고 있지만 기본은 비슷하다. 일단 폰지사기(신규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금융사기) 형태가 많다. FX 마진거래, 유사수신, 가상화폐 등 당시 유행하는 투자방법을 동원해 사기를 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최근 가상화폐 관련 사기가 부쩍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물론 방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 사기수법이 교묘해지니, 금융사기에 걸려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수법도 그렇지만 시장 환경과 심리도 영향을 미친다.”

✚ 무슨 말인가.
“지금처럼 투자 광풍이 부는 상황에선 작은 선동에도 시장이 크게 반응한다. 투기꾼이 늘어나면 이를 악용하려는 사기꾼이 꼬일 수밖에 없다. 금융사기 피해자들에게 ‘당신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말해주는 이유다.”

✚ 그럼 금융사기를 판별할 방법이 있나.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얘기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 근거로 제시하는 자료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 기회가 유독 한정적이라면 그 또한 의심해야 한다. 그렇게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 혼자 투자하지 않겠는가.”

✚ ‘지금과 같은 저금리와 경기침체 상황에서 투자를 안 할 수도 없다’는 말도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익숙하지 않은 투자를 멀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투자를 해야겠다면 방법은 하나다. 그 돈을 모두 날려도 괜찮은 돈만으로 투자하는 거다. 돈을 잃고도 속상하지 않을 정도만 투자하는 게 맞다.”

최근 금융사기 범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최근 금융사기 범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금융사기범죄의 처벌 수준을 끌어올리면 사기가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이다. 피해자가 검찰에 고발해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사기에서 검찰의 수사는 매우 중요하다.”

✚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검찰의 수사는 피해자의 피해 복구와 직결된다. 검찰의 조사를 통해 불법성이 증명되고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야 피해자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형사소송에 나서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중요하다. 민사소송으로 가면 피해자가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절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사기임이 확인돼도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것이다.”

✚ 왜 그런가.
“이는 판결 단계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가중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사기범죄의 형량이 낮은 데다 한명에게 사기를 치든 100명에게 사기를 치든 형량은 비슷하다. 형량이 낮으니 피해자와 합의에 나서는 사기범도 많지 않고, 처벌이 약하니 사기범죄의 규모는 갈수록 커진다. 이런 점을 고쳐야 한다. 실제로 2009년 3만7000명에게 폰지사기를 쳐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국의 버나드 메이도프는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피해 규모가 클수록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범죄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금융사기의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금융사기의 피해는 돈을 잃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금융사기 피해를 본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피해자가 숱하다. 그 피해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일도 적지 않다. 이런 중대 범죄를 공소시효를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피해 규모가 일정 금액 이상인 금융사기의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

✚ 경찰의 수사 의지가 약하다는 말도 많다.
“금융사기 사건은 고도의 지능범죄인 경우가 많다. 일단 경찰 일선에서 이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금융사기를 전담하는 곳이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무엇보다 경찰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강력 사건에 더 집중한다. 금융사기 사건은 뒷전을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 사기를 투자실패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합법적인 투자와 금융사기는 한끗 차이다. 사기인지 정상적인 투자인지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사기를 투자실패로 단정하면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꼴이 된다. 피해자는 정상적인 투자절차가 아니니까 문제를 제기하는 거다. 금융소비자가 금융피해를 당했다고 봐야 한다.”

✚ 하지만 금융당국은 ‘제도권 금융사건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기는 금융을 매개로 이뤄진다. 자본주의에선 모든 것이 금융상품이고, 금융자산이다. 제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이런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따질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손봐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사·기소·재판 단계의 문제점을 모두 고쳐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더 강화해야 한다. 금융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금융회사든 아니든 끝까지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독립적인 금융소비자위원회를 만들고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관료와 권력기구도 견제할 수 있을 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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