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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신간> 책과 영화, "론스타 사건"으로 만나다 (연합뉴스) 조회 : 168
작성자 : 약탈경제반대행동 작성일 : 2019/12/02

 

[마이더스] <신간> 책과 영화, "론스타 사건"으로 만나다

기사입력2019/12/02 10:30 송고 영화 "블랙머니"… 책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홍성준 지음 / 레인북 / 376쪽 / 19,000원

"론스타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금융에 팔아 약 4조7천억 원에 달하는 초과이익을 챙긴 사건. 이 사건을 다룬 책이 나왔다.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도서출판 레인북). 역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정지영 감독의 영화 "블랙머니"가 개봉되기(11월 13일) 꼭 한 달 전이었다(10월 10일).

책 저자는 홍성준. 이력이 간단찮다. 2015년부터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무역을 전공한 뒤 무역회사를 다니다 노점도 운영했으며, 민주노동당 용산지구당 부위원장을 지냈다.

2007년부터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일한 기간을 합쳐 13년여 동안 외국 자본에 의한 국민경제 침탈의 실상을 추적하고 있다. 그는 "블랙머니" 덕분에 책도 함께 조명받고 있다며 정 감독께 고마움을 표시한다.

보통 책이 나오면 출판사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주류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해야 조금이라도 팔린다. 그런데 그의 책 출간 소식을 전한 주류 매체는 한 곳도 없었다. 책이 불온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시장 개방, 국가 간 자본 이동의 자유화를 외치는 세상이다. 외국 자본이 우리 국민경제를 침탈하고 있다는 고발이 오히려 생경하다.

그는 단호하다. "론스타 사건은 끝난 게 아닙니다. 우리 정부를 대변해야 할 사람들이 론스타 사건에 연루돼 있어 국가주권을 방어하지 못합니다."

시민사회와 외환은행 노조의 "먹튀"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론스타 매각을 승인했던 "모피아"(재경부 출신 관료 집단; 기획재정부+마피아) 출신이 우리 정부 대표로 나서니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에서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4조7천억 원을 챙긴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매각을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면서. 소송에서 지면 또 5조4천700억 원을 물어내야 한다.

홍 씨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DLF(파생결합증권) 사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은행 창구 직원들만 처벌하는 것은 "꼬리 자르기"라는 것이다.

"왜 말단 은행 노동자들만 책임을 집니까? 파생상품을 기획한 자들, 그런 상품을 만들라고 지시한 자들이 먼저 책임을 져야지요!"

IMF 사태 이후 외국 자본이 우리 은행들의 경영권을 차지한 뒤 은행들마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파생금융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말이다.

홍 씨는 책에서 투기자본의 기원과 한국에 등장한 배경(1, 2장), 투기자본이 기업과 노동자들의 돈을 갈취하는 방법(3장)을 분석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론스타 사건 외에도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콜트콜텍 등 노동시장을 뒤흔든 큰 사건들을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저자는 또 자본의 약탈을 방조하는 공범자를 추적했다(4장). 이른바 "모피아"가 그들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들의 이름이 다수 등장한다. 그는 끝으로 약탈이 이미 "공식화"돼 있음을 지적하고(5장), 투기자본의 폐해를 막기 위한 방도를 제시한다(6, 7장).

홍 씨는 "투기자본이 우리 주변에 일상처럼 드리우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들은 공기처럼 존재하고, 우리 모두가 그 안에 살고 있다." 소름이 돋는다.

김봉수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이 책은 시민들의 평온한 삶을 위해 무엇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며 "투쟁의 현장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온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우리들에게 전달해주는 소중한 지적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홍성준 홍성준론스타 사건은 끝난 게 아니며, 우리 정부를 대변해야 할 사람들이 론스타 사건에 연루돼 있어 국가주권을 방어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홍성준 필자. 홍성준 본인 제공

놀랍게도 홍 씨의 책은 정 감독의 영화 "블랙머니"와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 임창렬 당시 부총리의 딸이 론스타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영화에서, 전직 총리(이경영)와 가까운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이하늬)가 사건의 진상을 덮는 장면과 오버랩 된다. 책이 한 1년 아니, 몇 달만 먼저 나왔어도 "원작" 소리를 들을 뻔했다.

각자가 만든 작품이 동시에 세상에 나와 함께 주목받는 것은 시대의 호명(呼名)일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국민 혈세를 축낸 자들의 책임을 물아야 한다는 각자의 판단이 공명한 것이다.

정 감독에게 "책을 보셨냐"고 물었다. "며칠 전에 누가 그런 책이 있다고 알려줘서 볼 참이에요." 저자 홍 씨에게도 물었다. "주말에 꼭 보려고요. 외환은행 노조원들과 가깝다 보니 영화가 나오는 줄은 미리 알고 있었죠."

강진욱 편집인 kjw@yna.co.kr

 

* 바로가기 : https://www.yna.co.kr/view/AKR20191129159700980?section=culture/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