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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안되는 상황들이 너무 많다” 약탈경제반대행동 이대순 공동대표(변호사) 인터뷰 -사무금융인사이트 조회 : 209
작성자 : 약탈경제반대행동 작성일 : 2019/10/16
첨부파일 1 : 인터뷰(이대순 변호사).hwp

 

“설명이 안되는 상황들이 너무 많다”

약탈경제반대행동 이대순 공동대표(변호사)

 

편집자주. 사무금융인사이트는 기고글로 제작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부득이 금번 DLS, DLF사태와 관련한 약탈경제 반대행동 이대순 공동대표와의 인터뷰를 정리하여 싣는다. 당초 관련한 기고를 이 대표에게 요청하였으나, 계속되는 언론 인터뷰와 이번 사태로 시작한 DLF 피해자들의 우리은행장 고소사건 등으로 기고문 작성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했다. 그러나 형식을 떠나 이대순 공동대표와의 인터뷰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우선, 11년전 키코 사태와 이번 DLF 사건이 판박이처럼 같은 과정을 통해 촉발됐지만, 간과할 수 없는 차이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키코 사태가 벌어진 2008년은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로 외부충격이라는 변수가 확실했지만, 이번 사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이 차이점은 이런 고위험파생상품이 왜 일반 예금자를 표적으로 삼아 판매되고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부통제와 외부감시 등을 모두 무시한 판매 전략의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과연 은행의 그 누군가는 도대체 무슨 자신감과 배짱으로, 이 같은 일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번 인터뷰는 본조 김경수 정책기획실장이 진행하고 백정현 교육연구국장이 정리했다.

 

‘이번 사태의 씨앗은 국내에 잘못 들어온 IB(투자은행) 시스템’

 

인사이트(이하 인) : 은행에서 최고위험등급의 파생상품이 판매됐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대순 공동대표(이하 이) : 상업은행이 하는 투자업무가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알다시피 본래 은행의 기능은 통화의 공급이 핵심이다. 상업은행의 통화 공급기능은 자본주의 내지 근대국가를 지탱해주는 근간이며 혈맥이다. 이 기능은 상업은행이 장사를 잘하든 아니든 영향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 바로 이 기능 때문에 은행이 망하면 안되는것이고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정당성도 본질은 국가공동체의 통화 공급, 즉 신용통화의 공급 기능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상업은행이 투자업무를 하게 되면 결국 은행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신용이 위협받게 된다는 점이다.

 

인 :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보기아닌가?

 

이 : 그렇다. 2007년 미국이 서브프라임사태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 바로 그것이고,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볼커룰이다. (편집자. 볼커룰, Volcker rule, 은 2010년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금융규제방안으로 은행의 위험투자와 대형화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며 곧바로 제정된 금융개혁법안인 도드 프랭크 법안에 포함되어 시행됐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같은 위기를 겪은 뒤에도 대형 투자은행 육성정책 등 미국이 보여준 방향과 반대인 금융정책을 일관하고 있다. 이번 사태도 그 연장선이다.

 

인 : 왜 그렇다고 보는가?

이 : 투자은행이 도대체 무엇인가? 미국은 상업은행인 Comercial Bank와 투자은행인 Invest Bank 모두에 뱅크, 즉 은행이 붙는다. 그렇다보니 한국에서 이를 보고 투자회사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IB라는 용어를 또 다른 은행으로 번역해 한국에 소개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한국에 투자은행, 이른바 IB가 선진금융으로 소개된 것인데, 언어의 혼란을 이용해서 한국에 잘못된 수용이 발생했다는 점이ㅣ 근본적인 잘못이라 본다. 왜냐하면 IB는 증권사의 업무로 충분한데 이것을 은행의 새로운 영역, 그리고 선진금융의 모범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 : 은행의 업무영역은 어떻게 정리되어야 옳다고 보나

김 : 은행에 가는 사람은 예금자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가는 사람은 투자자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은행들은 예금자를 투자자로 둔갑시켰다. 문제가 된 DLF 사태 뿐 아니라 은행의 보험 관련 업무도 나는 잘못됐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보자면, 은행의 업무에서 신용통화 공급업무와 그 바탕인 신용통화체제를 흔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모든 활동을 제거해야 마땅하다. 미국도 금융위기 이후 은행대형화를 깨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야 자본주의가 은행을 보루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인 :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투자와 관련해 과연 전문성이 있는지도 문제다.

 

이 : 그렇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통적으로 은행과 거래하는 사람은 예금자이지 투자자가 아니다. 이것은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은행이 과연 투자업무에 전문성이 있는가? 전혀 아닌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번 사태로 문제가된 프라이빗 뱅크, PB를 보자. 일반창구에서 예금하고 대출업무, 잘해봐야 기업여신업무 정도 하다가 PB센터로 발령나는 은행원을 우리가 투자 전문가라고 해야 하나? 고객만 투자자인 것이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말 그대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투자상품을 파는 사람이 상품의 구조를 모른다. 실제로 해당 투자 상품에 대해 사내용으로 만든 홍보자료가 관련한 지식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나? 당연히 해당 영역에서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의 경우 임직원이 수준은 은행과 레벨이 다르다.

 

인 : 이런 구조적 모순이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나?

 

이 : 거시적으로 보면, 은행의 본질적 기능인 신용통화의 공급기능을 은행신뢰 훼손으로 흔들고 있다는 점, 미시적으로 보면 사는 예금자도, 상품을 파는 은행원도 무엇을 사고 파는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고객이나 직원이 모두 비전문가라는 사실을 통해,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구조 속에서 얼마든지 장난을 칠 수 있는 환경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변호인으로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충격을 많이 받았다. 이번 DLS, DLF 상품의 경우 기본 상품(DLS)설계는 증권사가하고 자산운용사가 펀드(DLF)로 만들어서 은행이 판매 하는 것인데, 이런 과정에서는 판매사인 은행이 상품을 만든 제조사의 상품설명서를 충실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바로 판매자의 기본이 된다. 그런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상품설명서와 전혀 다른 사내홍보 자료(아래 이미지 참고)가 판매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인 : 은행이 만든 자료는 충격적이다.

이 : 그렇다. 자산운용사가 은행에 제출한 상품설명서는 1등급. 최고 고위험 금융상품으로 나오는데 사내 홍보용 자료는 위험도에서 전혀 다른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이 파생상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한 제품설명서를 본 판매사에서 어떻게 이런 사내자료를 만들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보고 은행들이 이자율이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비이자수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같은 취지로 PB센터를 대상으로 비이자수익에 높은 배점을 부여한 영업점 성과지표를 운영한 결과라고도 한다. 물론 은행의 그러한 정책기조가 이번 사태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실제로 벌어진 일의 모든 것을 설명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일어난 일의 절반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 : 가장 중요한 의문은 자산운용사의 상품설명서와 정반대 취지의 사내자료를 만든 배경인가?

이 : 자산운용사가 만든 자료를 보고 저런 사내용 자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누군가 의도를 갖고 저런 엉뚱한 사내용자료를 만들어 본 들, 엄격한 내부통제제도를 운용하는 은행의 시스템에 걸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금융감독기관의 외부모니터링도 가동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굉장히 심각한 얘기다. 은행 안팎에서 저런 이상한 상황이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조직적인 실체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고 보아야하며, 그런 가정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저 상품설명서 한 장이 보여주는 실마리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인 : 문제의 파생상품이 고위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홍보되고 판매된 것이 단순히 금융당국이 말하는 불완전판매의 영역을 벗어난 문제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이와는 별개로 판매된 상품 자체의 문제는 없다고 보는지?

 

이 : 예금자가 은행에서 이 상품을 구입한 순간 그는 반대 포지션을 누군가에게 판 옵션거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초자산가격의 상승 또는 하락이라는 두 개의 옵션이 맞교환된 것이다. 이런 선물옵션거래가 자본시장에서 상품으로 판매되기 위해서는 교환되는 두 개의 포지션이 상품을 발행할 당시 50:50의 대등한 가치를 가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것을 옵션거래의 등가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에도 정확히 반영이 되어 설계가 되었는가 하는 데는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이 상품의 원금손실이 시작되는 베리어가 –0.2%로 설정되던 시점에서도 세계경제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고, 독일국채금리의 방향성도 예상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대규모 원금손실사태가 발생했다. 계약 기간 중 키코 사태 때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특별한 경제이벤트가 벌어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아야 할 베리어 구간 진입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은행이라는 판매자가 자신들이 파는 고위험상품에 대한 정보를 금융소비자에게 잘못 전달한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이 금융상품을 산 사람들이 과연 자신들이 치른 값어치에 합당한 권리를 산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인 : 피해자들은 이미 해당 은행을 사기죄의 혐의로 고발했고, 정치권에서도 이것이 단순한 불완전판매사건이 아닌, 금융사기 사건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나?

 

이 : 검찰이 수사를 통해 앞서 제기한 의문들, 단순히 불완전판매사건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길 바란다. 만약 수사를 통해 그런 성과가 가능하다면, 한국사회는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가 받는 충격을 한국사회가 수렴하는 과정은 현재 은행대형화와 투자은행 활성화의 근거가 되는 겸업주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자본시장법의 개정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세계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 속에서 우리 자본시장법은 대한민국 금융시스템을 외부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형태로 바꿔놓았다. 지금의 DLS, DLF사태도 은행의 본질을 흩어 놓은 자본시장법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