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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자 전락 최규선,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비즈넷타임즈) 조회 : 156
작성자 : 약탈경제반대행동 작성일 : 2018/01/08

도주자 전락 최규선,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썬코어·썬텍 노조 “기업 도산 위기...최규선 회장 경영권 박탈하라”

2017년 05월 16일 (화) l 조나리 기자l bitjo@biznettimes.co.kr 

  

▲ 최규선(오른쪽) 회장이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칼리드 빈 알 왈리드 왕자의 썬코어 1천만달러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지난 4월 6일 구속집행정지 기간 중 도주해 보름 만에 붙잡힌 최규선(57) 썬코어 회장은 검찰과의 악연이 깊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인 유아이에너지와 현대피앤씨의 자금 횡령으로 구속된 것 외에도 김대중 정권 당시 ‘최규선 게이트’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와 악연은 검찰뿐만이 아니다. 바로 과거부터 그가 손을 댔던 기업들과 그 직원들이다. 최씨가 인수하는 기업마다 경영파탄 및 대규모 해고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씨는 부패하고 무능한 경영인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탈주범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주목을 받자 사회 곳곳에서는 무자격 경영인에 의한 기업 인수 금지 및 경영권 박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을 금융 상품처럼 손쉽게 거래하는 ‘기업상품화’ 풍토 역시 청산해야할 적폐라는 지적이다.


최규선은 누구?

지난해 말 구속 된 최규선 회장은 백내장 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병원 입원 치료 중 돌연 자취를 감췄다. 이미 과거부터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그였지만 도주까지 감행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 회장은 단순히 작은 규모의 대표자 이상으로 국내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한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정작 김 전 대통령 정부에서 아무런 보직을 맡지 못했다. 당시 그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설’들이 떠돌았다. 그 중에서도 그의 평소 부적절한 언행 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전언이다. 다만 그는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함께 각종 이권에 개입해 금품 등을 수수, 논란이 됐다. ‘최순실 게이트’가 고영태씨의 폭로로부터 시작됐다면, ‘최규선 게이트’는 그의 운전기사의 폭로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실제로 최씨는 사업가임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세계적 석학은 물론 팝스타 마이클잭슨, 심지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까지도 그의 과시 인맥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스캔들도 뒤따랐다. 1998년 마이클잭슨은 국내 언론을 통해 최씨가 사익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이용한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건설업체 대표에게 사우디 왕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우디 영사관 공사 수주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지난해 말 구속 전까지 만해도 건제한 듯이 보였다. 지난해 10월 최 회장은 칼리드 빈 알 왈리드 왕자가 썬코어에 1천만달러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당시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썬코어와 썬텍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장밋빛 전망과 달리 썬코어 경영 상태는 밑바닥으로 치달았다. 


최규선이 거쳐 간 기업들, 그리고 썬코어

‘최규선 게이트’로 2년형을 살고 나온 최씨는 2006년 자원개발 기업인 유아이에너지 대표로 경영인으로서의 복귀를 알렸다. 그러나 유아이에너지는 2012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퇴출당한다. 같은해 최 회장은 현대피앤씨의 대표로 다시 올라서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다음해인 2013년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불거지면서 현대피앤씨는 상장폐지 직전까지 내몰렸다. 당시 최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현대피앤씨의 회삿돈 108억원가량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던가. 최 회장은 2015년 특수목적법인(SPC) 엘앤케이를 통해 자동차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생산하는 ㈜루보를 인수했다. 루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1.2%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그 후 루보는 썬코어로 상호가 변경됐다. 한 달 뒤 최 회장은 방위산업체인 도담시스템스도 사들였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6년 3월에는 철강 압연용 롤을 만드는 썬택 대표이사까지 꿰찼다. 2015년 인수 당시 루보(현 썬코어)는 월 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이었지만 현재는 공장가동은 중단한 상태다.


▲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썬코어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최규선 썬코어 회장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비즈넷타임스

썬코어 비대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썬코어와 썬택 등의 명의를 이용해 중동사업을 추진하면서 회사의 운영자금도 투자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도담시스템스가 가지고 있던 빚 80억1천663만원에 대한 100억원대 채무보증을 썬코어에 떠넘기면서 재무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 그 사이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또 다시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과거 그의 범죄경력을 감안하면 예견가능한 일일 수도 있었다.

이후 썬코어에 대한 산업은행의 가압류 압박이 거세졌고, 최 회장은 썬텍이 썬코어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60억원을 끌어와 산업은행에 20억원을, 썬코어에 밀린 대금 5억원을, 두 달 넘게 밀렸던 직원들의 임금을 겨우 지급했다. 썬코어 노조는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비대위 위원장은 최 회장에게 ‘4월 말까지 45억원의 공장운영 자금을 추가 지급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냈다. 그러나 각서를 써준 다음날 최 회장은 도주해버렸다.


시민단체 “기업상품화 구조부터 바꿔야”

시민단체는 최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도소에서도 얼마든지 대리인 등을 내세워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권에만 적용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4월에 썬코어 비상대책위원회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최규선에게 회사 운영자금 출연을 압박했지만 최규선이 운영자금은커녕 도주를 해버렸다”면서 “지금 대책위 입장은 경영에 손을 떼라는 것이다. 그 길만이 지금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최규선은 경영능력을 잃었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전횡을 막기 위해 법원의 명령으로 경영권을 박탈시켜야 한다”면서 “그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지금이라도 매각절차에 나서면 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금융권 이외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 사무국장은 “기업 범죄자들이 계속 기업을 운영하는 게 말이 되나. 이번에 최규선이 나오면 또 다시 어떤 기업에 손을 댈지도 모른다”면서 “이런 사람이 계속 대주주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 기반이 되는 돈의 출저 등이 규명이 안되는 것도 문제다. 자본시장법 등의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썬코어는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으로 매년 흑자를 내는 회사였다. 이런 회사들은 온갖 투기자본들이 기웃거리기 마련이다. 썬코어는 최규선뿐만 아니라 지난 7년 동안 대주주가 10번이나 바뀌었다. 투기자본가들이 너도 나도 들어와서 한 몫씩 챙기고 떠나는 사이 기업은 구제불능으로 상태로 전락했다.

이에 지난 10일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라는 성명을 통해 “최근 최규선의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을 금융상품처럼 쉽게 거래하는 기업금융화로 인해 잦은 구조조정과 적대적 인수합병이 성행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구조는 산업의 생산력과 경쟁력에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기업의 노동조합과 정부,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이 나서 산업과 노동자 보호를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면서 “기업 부실과 범죄에 연루된 자본가는, 정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 대상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규선 엄벌하라”...썬코어 노조, 절규의 호소

썬코어 노조는 운영자금은커녕 대주주가 구속 중 도주자 신세로 전락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자격심사 제도 개선과 최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촉구했다. 썬코어 노조는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최규선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썬코어의 경영에 절대 관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훈 썬코어 노조 위원장은 “사기꾼인 것을 알면서도 최규선이 대주주가 되는 것을 막지 못한 우리는 죄인입니다.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면서 “최규선이 경영권을 행사한지 2년여만에 썬코어는 지난해 회계연도 영업손실만 219억2천200만원, 당기순손실 370억6천900만원에 이른다. 회사감사법인은 감사의견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썬코어의 역사는 40여년에 이른다. 강산이 4번 바뀌는 시간 동안 투기자본의 횡포에 회사가 무참히 유린당해 왔다”면서 “썬코어는 공장가동이 중단됐고, 도담시스템스는 사우디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경매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썬텍 역시 직무정지가처분신청까지 내면서 최규선의 경영횡포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최규선에게 법정 최고형 선고 및 경영권 박탈 △투기자본 철폐를 위한 금융감독기관의 철저한 감시 △투기자본에 망가진 중소기업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제조업 대주주 적격성심사 확대를 위한 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썬코어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최규선 썬코어 회장 강력 처벌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비즈넷타임스

정일진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기업사냥꾼, 사기꾼들이 주가 조작으로 터무니없는 이익을 보는 동안 노동현장에서 일만 열심히 해온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일터에서 쫓겨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외국의 거대자본과 사기꾼들로부터 회사의 주가와 경영권까지 방어해야 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임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이번 사건은 최규선에게 자금을 공급해주고 그 대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면서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들이 썬코어, 도담시스템스, 썬텍 등의 경영에 더 이상 간섭하지 못하도록 대사관을 통해 엄중 경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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