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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부도 직전까지 JTBC 채권을 팔았나 (한겨레21) 조회 : 2
작성자 : 약탈경제반대행동 작성일 : 2026/07/13
표지이야기1622호

그들은 왜 부도 직전까지 JTBC 채권을 팔았나

중앙그룹·증권사·자문사의 장밋빛 눈가림… 개인 투자자들에게 부실채권 떠넘긴 꼴채윤태 기자구독장필수 기자구독등록 2026-07-10 10:38 수정 2026-07-13 10:32google구글 선호 매체 등록서울 마포구 제이티비시 건물. 한겨레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마포구 제이티비시 건물. 한겨레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희연(42·가명)씨는 청춘을 바쳐 모은 1억원이 공중분해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씨가 2026년 2월 ‘투자적격’ 등급이라는 설명을 듣고 산 제이티비시(JTBC) 채권이 넉 달 만에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이티비시가 6월12일 기습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버리면서다. 이씨는 그날부터 “한 인간의 영혼과 삶이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 매일 몸소 겪으며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모은 1억원, 넉 달 만에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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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비수도권에서 상경해 홀로 서울살이를 일군 초등학교 교사다. 방 한 칸짜리 월세와 전세를 전전했지만,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위해 참았다. 문화생활이나 사치는 꿈도 꾸지 못했다. 초임 교사 월급으로 매달 85만원씩, 1년을 꼬박 모아야 겨우 1천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열 번을 반복해 10년 만에 손에 쥔 1억원. 이 돈은 이씨가 인내한 청춘 그 자체였다. 하지만 1억원으로는 서울에서 집을 사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씨에게 2026년 2월 한 투자자문사가 제이티비시가 발행한 ‘제이티비시42’ 채권을 사라고 권했다. 이씨는 “제이티비시는 익숙한 이름이고, 늘 보던 방송국이라 여기는 투자해도 안정적일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인 신한투자증권(신한증권)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이라는 점도 믿음을 더했다. 무엇보다 신용평가사가 매긴 등급이 결정적이었다. “트리플비(BBB)는 투자하기에 적합한 등급으로 알고 있었다. 신용평가사가 그렇게 평가해서 매수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투자자문사가 채팅방에 올려준 기업설명(IR) 자료는 회사를 탄탄해 보이게 했다. “이런 것까지 올라올 정도면 괜찮구나 생각했어요.”

믿음은 넉 달 만에 무너졌다. 제이티비시가 어떤 예고도 없이 6월12일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6월15일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것이다. 채권을 살 때보다 제이티비시의 신용등급은 4단계나 떨어졌다. 이씨가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속았다’는 감각이다. 안정적이라 믿었던 회사 이름과, 적합하다던 등급과, 괜찮아 보이던 자료가 모두 개인 채권자들을 안심시키는 데만 쓰였다는 것이다.

“내 10년이 날아가는 기분이라 너무 비참했다.” 이씨는 일하다가도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 밥이 넘어가지 않는 날이 더 많다. 불안과 우울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약을 처방받고 있다.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원금만큼은 이른 시일 내에 받고 싶어요. 투자금은 10년 동안의 제 삶이었습니다. 이걸 그냥 날린다면 제 삶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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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그룹 부도 도미노의 시작

 

중앙그룹 부도 사태는 제이티비시가 6월12일 만기 도래한 206억원의 전자단기사채(전자 방식으로 발행·유통되는 만기 1년 미만의 채권)를 갚지 못한 채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이면서 시작됐다. 제이티비시는 “이번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고자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제이티비시에 이어 중앙그룹의 계열사들이 줄줄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6월18일 그룹 지주사인 중앙홀딩스와 제이티비시,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5개사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으로 이어졌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으로부터 50억원 상환 독촉을 받던 중앙일보는 한양증권의 220억원 기업어음도 갚지 못한 채 6월19일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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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정준영 법원장)는 6월30일 제이티비시가 신청한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 신청을 승인하고 회생절차 개시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다. 기업과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7월30일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법원은 중앙홀딩스 등 중앙그룹 나머지 4개 계열사에 대해선 회생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번 부도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희연씨 같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한겨레21은 채권 보유 내용이 확인된 제이티비시 개인 투자자 400여 명을 대상으로 7월1~3일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 202명의 응답을 받았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채권 투자 총액은 1천만~5천만원이 28.2%, 5천만~1억원이 23.8%, 2억~3억원이 10.9% 등이었다. 투자 자금(중복 응답)은 53.5%가 노후자금이라고 답했고, 44.6%가 근로소득, 11.4%가 부동산, 증권 등 다른 자산을 팔고 투자한 금액이라고 답했다.

채권 투자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제이티비시’라는 이름에 대한 신뢰였다. 제이티비시가 ‘대형 언론사라서 신뢰했다’고 밝힌 응답자가 51.5%였다. 가족 전체 채권 투자금 합계가 8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ㄱ씨는 “노부부가 15년 넘게 사업하며 몸이 망가질 정도로 일해서 모은 노후자금이었다”며 “특히 사회 정의와 공정성을 얘기하던 언론사 제이티비시를 믿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을 보고 투자했다는 답변이 24.3%로 뒤를 이었다. 제이티비시는 6월15일 회생신청 직전까지 ‘BBB 등급’이었다. 이는 ‘턱걸이’지만 투자적격등급에 해당돼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신용등급이다. ‘제이티비시36-2’ 채권을 9천만원 구매한 서수진(45·가명)씨는 “채권 투자 경험이 적어서 만기(7월31일)가 임박한 채권을 5월 중순에 샀다”며 “BBB 등급의 상품이 두 달 안에 파산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탄식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채권은 2026년 2월13일 발행된 ‘제이티비시42’(63.4%) 채권이었다. ‘제이티비시37-2’(2025년 2월19일 발행) 채권은 39.6%, ‘제이티비시41’(2025년 8월1일 발행) 채권이 35.6%, ‘제이티비시36-2’(2024년 8월 발행) 채권이 22.3% 등이었다. 상환이 이행되지 못한 ‘제이티비시제이차’(2026년 4월23일 발행), ‘미르제이차’(2026년 3월12일 발행) 등 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구매했다는 응답자도 2%였다.

 

기관이 외면한 물량 떠안은 개인들

 

구조적 위기를 겪던 중앙그룹의 총 차입 부채 가운데 자본시장에서 회사채,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은 최대 1조5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7개 종목에서 연기금이나 보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주문을 채우지 못했다. 3420억원을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1320억원을 기관 투자로 채우지 못한 것이다.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중앙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들이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든 건 증권사였다. 신한증권은 2022년부터 5년 동안 제이티비시의 약 5천억원어치 회사채 발행 주관사를 맡아 수수료를 챙겨왔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집중된 건 신한증권 주관으로 제이티비시가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 4개월 전인 2026년 2월13일 발행된 ‘제이티비시42’ 채권이었다. 930억원 규모의 이 회사채 가운데 510억원가량이 두 개의 투자자문사에 각각 290억원과 220억원씩 배정돼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기관투자자의 외면을 받은 제이티비시의 부실채권이 신한증권과 투자자문사를 거쳐 개인 투자자에게 이전된 것이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7월1일 성명을 내어 “손익은 전적으로 계약을 맺은 개인 고객에게 귀속된다”며 “결국 제이티비시의 신용위험을 최종적으로 떠안은 것은, 자신이 무엇을 사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220여 명의 개인이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중앙그룹과 신한증권, 그리고 투자자문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위험성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불완전판매’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불완전판매는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적합하지 않은 금융상품을, 위험·손실 가능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잘못 설명한 채 판매해 소비자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는 행위를 일컫는다.

 

JTBC·중앙일보 채권피해자연대가 2026년 6월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중앙그룹 기획부도 규탄 및 채권자 피해 보상 촉구’ 기자회견 열어 철저한 조사와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JTBC·중앙일보 채권피해자연대가 2026년 6월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중앙그룹 기획부도 규탄 및 채권자 피해 보상 촉구’ 기자회견 열어 철저한 조사와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불완전판매 의혹, 금감원 검사 착수

 

불완전판매 의혹의 첫 번째 근거는 중앙그룹이 발행한 ‘투자설명서’가 신한증권과 투자자문사를 거쳐 개인 투자자에게 배포됐는데, 이 설명서가 중앙그룹의 실적과 재무에 대한 전망을 과도하게 긍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겨레21이 확보한 ‘제이티비시 현황’(중앙그룹 2026년 1월 발행)이라는 이름의 투자 참고 자료를 보면, 제이티비시는 2025년 “어려운 환경에서도 ‘단단해진 채널 경쟁력’과 ‘가벼워진 비용구조’를 통해 의미 있는 흑자 전환”을 했다고 설명하고, 2026년 운영방향에 대해서는 “‘탑 티어’ 진입 통한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이 자료는 “2026년 상반기 중 유상증자(1300억~1500억원) 추진”을 통해 제이티비시 자본개선 및 이자비용 절감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유상증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자료가 배포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제이티비시는 부도를 선언했다. 사실상 불건전한 재무상태를 축소하거나 은폐한 투자설명서인 셈이다.

문제는 이 투자설명서가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를 거쳐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포됐고, 채권 투자의 주요 유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신한증권으로부터 ‘제이티비시42’ 물량을 배정받은 ㄴ투자자문사는 2026년 2월 이 자료를 채권 투자자 단체 카카오톡방에 배포했다. 한겨레21 설문조사에 참여한 다수의 개인 투자자는 “신한증권에서 투자자문사로 보내준 투자 적합성을 보여주는 투자설명서를 보고 (채권을) 샀다” “신한증권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고 샀다” “자문사가 자료를 보냈다” “신한증권에서 배부한 제이티비시42 채권 홍보자료를 보고 샀다” 등의 증언을 했다.

제이티비시 쪽은 이 투자설명서에 대해 “어려운 방송업계 시장 상황에서 콘텐츠 제작 투자 효율성 개선을 통해 2025년에 의미 있는 흑자 반전을 이루었고 2026년 드라마 및 예능 방영권료를 절감하면서 2026년 스포츠 빅이벤트 손익부담에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신한증권 내 내부심사를 위해 제이티비시가 작성한 참고자료”라고 선을 그었다.

불완전 판매 의혹의 두 번째 근거는 신한증권이 제이티비시의 재무적 위험을 충분히 드러내지 않은 정황에서 찾을 수 있다. 제이티비시가 기업회생 신청 4개월 전인 2월13일 발행한 930억원 규모의 회사채 ‘제이티비시42’를 놓고 신한증권은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투자설명서)이라는 의견을 냈다. 제이티비시는 2025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741%를 넘어선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중앙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을 고려할 때 향후에도 지속적인 지원 가능성이 있다”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방안을 다양하게 추진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재무안정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등의 의견을 투자설명서에 담았다.

채권 주관사인 신한증권도 불완전판매 의혹의 주체로 의심된다. 신한증권은 발행사인 제이티비시의 재무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증권사는 해당 채권을 발행하기 전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업 실사를 수행하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 그런데 신한증권은 대부분의 실사를 유선 전화와 서류로 대체했다.

한겨레21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중앙그룹의 채권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질문하자 응답자 50%는 제이티비시 등 중앙그룹이라고 답했고, 38.1%가 증권사, 2.5%가 투자자문사, 2.5%는 신용평가사라고 답했다. 일부 채권자는 제이티비시 등 중앙그룹 계열사와 증권사, 투자자문사 등에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회생법원 부장 판사 출신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증권사 등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지 않고 사도록 권유했으면 판매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중앙그룹 계열사의 채권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 중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6월22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그룹 부도 사태와 관련해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발행이 적절한지 점검을 시작했다. 부도 직전까지 개인 투자자 대상 리테일 판매가 된 것 같아 경위를 검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감원은 7월2일 제이티비시 회사채 발행 주관사인 신한증권과 키움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키움증권은 개인 투자자에게 제이티비시 관련 유동화 전자단기사채를 판매한 기관이다. 금감원은 두 증권사가 제이티비시의 재무 악화 위험을 이미 인지하고도 회사채를 발행했는지,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고 자기 투자성향에 맞게 안내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신한증권-중앙그룹, ‘관계 금융’과 돌려막기

 

신한증권이 이처럼 위기에 빠진 중앙그룹 채권 판매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중앙그룹과의 ‘공생’ 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증권은 제이티비시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과 그 자회사 에스엘엘(SLL)중앙 등 중앙그룹의 핵심 계열사 회사채 발행을 오랫동안 맡아왔다. 게다가 에스엘엘중앙은 2024년 초 신한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뒤 상장을 준비하기도 했다. 당시 에스엘엘중앙의 가치는 1조2천억원에서 최대 2조원에 달했다. 신한증권은 에스엘엘중앙이 상장하면 최소 5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얻을 수 있었다.

회사채 발행 주관사와 발행사가 공모해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일으킨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1년 3월 엘아이지(LIG)건설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불과 열흘 전까지 우리투자증권(현 엔에이치투자증권)의 중개로 약 1600억원에 이르는 기업어음을 개인 투자자에게 팔아치웠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을 대리한 박휘영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주관사는 ‘발행사가 준 자료만 믿었다’고 하지만, 결국 주관사는 발행에 따른 수수료를 챙겨놓고선 발행사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채권 판매를 대행만 했다며 발뺌한다”며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니 채권을 판 것이다. 연결재무제표만 봐도 위험성 여부를 알 수 있는 증권사가 위험한 상품을 이유 없이 팔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신뢰’ 이미지를 활용한 족벌 언론과 신용을 최우선시하는 금융회사의 ‘관계 금융’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본다. 이광수 경제평론가는 “회사채 발행 주관사는 발행사와 한번 인연을 맺으면 계속 거래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서로에게 영업하는 관계가 된다. 증권사 내부에는 채권 발행 리스크를 분석하는 전담팀도 있다. 그렇다면 서로의 사정을 계속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부도 위험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중앙그룹의 연쇄 부도 자체가 중앙그룹 전반의 ‘돌려막기’식 경영 방식의 한계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일보, 제이티비시가 번 돈은 중앙홀딩스를 거쳐 메가박스로 흘러갔고, 중앙홀딩스는 제이티비시, 피닉스스포츠, 휘닉스중앙 등에 약 1450억원의 지급 보증을 서는 등 계열사 간 자금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특히 제이티비시는 201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중앙홀딩스의 지급 보증(800억원)을 업고 고금리 회사채·전단채로 운영 자금을 조달했다. 부실 계열사들이 발행한 고위험 채권이 소화되지 않으면 그룹 내 계열사들이 서로 매입하는 돌려막기로 버텼는데, 그 규모가 3300억원대에 달했다.

상장을 준비하던 에스엘엘중앙에 수익원을 몰아주다 제이티비시가 희생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그룹은 프랙시스캐피탈, 텐센트로부터 4천억원을 투자받으며 2026년 3월까지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리자, 2022년 ‘아는 형님’ 등 제이티비시 주요 프로그램의 지식재산권을 단돈 433억원에 에스엘엘중앙으로 넘겼다. 제이티비시의 에스엘엘중앙 지분은 3.8%에 불과하다. 제이티비시는 주요 수익원 대부분을 헐값에 넘겨줬는데, 티브이 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2026년 6월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열사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2026년 6월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열사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출연자, 외주제작자, 방송작가도 피해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제이티비시 방송 출연자와 외주제작사, 방송작가들도 중앙그룹의 연쇄 부도사태의 피해를 받고 있다. 제이티비시의 회생신청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일부 방송작가의 급여와 ‘냉장고를 부탁해’와 ‘아는 형님’ 같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에 대한 출연료가 지연됐다. 다수의 외주제작사에 대한 제작비와 용역대금 지급도 늦어졌다. 제이티비시 관계자는 “회생 신청 이후 일부 지연 이슈가 있었으나 파견수수료, 용역료 등의 지급을 지난주(7월 첫째 주) 법원 허가를 받아 완료했다. 법원 승인 절차로 인해 불가피하게 지급되지 못했던 일부 예능 프로그램의 연기자 출연료와 외부 제작비 등에 대해서도 7월8일 지급 완료했다”고 말했다.

제이티비시는 부도 사태가 의도된 것이 아니라, 5월 이후 BBB급 회사채 시장 경색과 중앙그룹 신용경색이 겹친 결과라고 반박했다. 제이티비시 관계자는 “제이티비시의 자금 상황 악화는 4월 말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신청으로 인해 회사채 BBB급(전자단기사채 A3급) 자금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데다 5월 초 계열사의 단기사채 신용등급 하락으로 촉발된 중앙그룹에 대한 신용경색에 따른 것이었다”며 “자금시장 내 신용경색이 본격화된 5월 이후, 제이티비시는 만기 도래하는 외부 차입금 상환을 위해 금융기관이 직접 투자한 360억원 차입 등 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외부 차입금을 순차적으로 상환해왔다. 제이티비시는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내부자금을 활용해 제이티비시 채권자를 위해 순차적으로 상환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과의 채무조정 협의 과정에 대해서는 “채권단 협의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법원은 ‘회생개시 전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른 기업가치 산정을 바탕으로 채무조정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1차 조사보고서가 이번 달 내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증권은 직접 채권을 개인에게 판매한 게 아니라 채권 발행만 주관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증권 관계자는 “우리는 채권 발행을 주관한 것뿐이고 기관(투자자문사 등)에 셀다운(재매각)한 것이라 이후 채권 유통과정은 알 수 없다. 발행 주관을 하면서 내외부 승인을 받는 등 합법적인 절차를 모두 이행했다”면서도 “투자하신 분들도 분명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채권 투자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티비시 부도 사태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 검사 뒤에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30일까지 유예된 회생절차

 

제이티비시와 채권자들이 7월30일까지 구조조정 협의를 이루지 못하면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중앙그룹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신뢰하고 투자했다가 중앙그룹의 부도 및 회생절차 개시로 3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 286명은 변호인단을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제이티비시라는 이름, 투자적격 등급, 대형 증권사의 설명, 투자자문사가 배포한 투자 설명 자료가 겹쳐 만들어낸 신뢰는 넉 달 만에 무너졌다. 이제 남은 쟁점은 그 신뢰를 만든 이들이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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