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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봉수 교수 "원화 스테이블코인, 뇌물 주기 딱 좋다" (스마트에프엔) 조회 : 6
작성자 : 약탈경제반대행동 작성일 : 2025/07/14
[인터뷰] 김봉수 교수 "원화 스테이블코인, 뇌물 주기 딱 좋다" 김준하 기자 승인 2025.05.23 11:38

"코인은 21세기판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실제로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사람들이 있다고 믿으니 거래되고 찬양받는다."

최근 대선 토론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화두에 오른 가운데, 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 그 자체가 "사기"라고 지적하는 인물이 있다. 김봉수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다. 김 교수는 판사와 변호사를 거쳐 18년째 법학을 가르치는 법률 전문가다. 또한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본보는 지난 22일 성신여대 있는 김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뇌물·불법송금 등에 악용될 것이고, 시뇨리지(중앙은행·정부 등이 화폐를 발행하며 얻는 이익)가 민간 코인업체들에 이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22일 성신여자대학교 연구실에서 김봉수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준하 기자22일 성신여자대학교 연구실에서 김봉수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준하 기자

-지난 18일 대선 토론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스테이블코인을 두고 설전을 벌였는데, 어떻게 봤나. 

이준석 후보가 스테이블코인의 불법송금 가능성을 꼬집었다. 타당한 지적이라고 본다. 만약 북한이 동남아 국가에 스테이블코인 계좌를 만들어 두면 충분히 북한에 송금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일은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코인으로도 이미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율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현실성 있을까. 

주장은 있지만 어떻게 환율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건지 얘기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상대방이 비판하면 "너희가 제대로 이해 못하는 거야"라며 넘길 뿐이다. 사실 코인이 쓸모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반응을 보이는 듯하다. 내가 SNS에 코인이 사기라는 주장을 담은 글을 쓴 적 있는데, 비판하는 댓글들은 대체로 "당신은 코인의 가치를 모르니 공부를 더 하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으로 인해 통화주권이나 금융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그렇게 위험할까.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면 국가의 화폐 통제권이 상당히 약화될 수 있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국가가 그동안 누려왔던 화폐 발행의 이익, 즉 시뇨리지를 코인업체들이 값싸게 얻는다. 화폐를 종이에 인쇄할 필요 없이 컴퓨터로 찍으면 될 뿐이니 코인을 만드는 일에 돈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코인을 통해 얻는 수익은 막대하다. 무조건 코인업체들이 이득을 보는 구조다. 

-"탈중앙화"라는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가치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탈중앙화"는 좋게 표현한 것이고, 거꾸로 보면 감시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암호화폐와 탈중앙화의 강력한 지지자들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거래 기록을 나중에 다 확인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런데 코인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뇌물 주기가 더 쉬운 세상이 될 거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법적인 문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환전 행위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만약 해외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구입하기 위해 달러 송금을 하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할 수 있다. 코인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환송금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송금 목적을 허위기재할 수밖에 없어서 법을 위반하게 된다.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본격적인 유통을 추진하면 전 세계가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대규모의 미국 국채를 담보로 잡는 스테이블코인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간접적으로 미국 국채 수요가 늘 거다. 그런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트럼프 정권 하에서 달러 가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절상 압력을 넣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찍어낸 막대한 달러 본원통화를 생각하면 지금의 달러 가치는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굳이 살 이유가 없다.

-정치권에서 코인 시장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인 회의론자로서 어떤 점이 가장 염려되나.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고 싶을 때 어떻게 주면 될까? 코인을 직접 통장에 쏴주면 된다. 아주 간단하게 뇌물 줄 수 있는 세상이 이미 만들어졌고 코인 시장이 확장되면 상황은 가속화 될 거다. 비공개된 불법 정치자금을 누가 얼마나 제공하는지 일반인이 알 수는 없겠지만, 코인 거래 규모를 볼 때 기존의 재벌 기업이 제공하는 정치자금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반 재벌 기업이 불법 정치자금을 준다고 생각해 보라. 비자금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자금을 만들려면 회계장부를 조작해야 한다. 그런데 코인업체들은 그럴 필요 없이 코인으로 송금하면 끝이다. 아주 큰 부패의 판을 깔아주는 게 아닐까 싶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인은 가치가 있어서 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가격이 올라서 가치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가치가 허무한 것이라는 게 중요하다. 나중에 사람들이 "내가 이걸 왜 사지?"라고 생각하면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다. 집이나 차는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이 사지 않으면 내가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코인은 오로지 사람들의 믿음에 근거한다.

나는 코인 시장이 일종의 종교와 비슷하다고 본다. 오로지 사람들의 믿음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종교에서 말하는 것들이 전부 황당한 이야기인데, 그런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 제도화가 됩니다. 코인도 그런 경로를 밟고 있는 거다.

-코인도 금처럼 신뢰를 확보하면 안전자산으로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금과 비트코인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금에도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고 보지만, 금은 채굴할 수 있는 절대적인 양이 한정돼 있다. 하지만 코인은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각각의 코인은 발행량을 제한해서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종류의 코인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진입 장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코인 투자와 주식 투자, 무엇이 다를까.  

주식 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물론 주식도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팔아야 이득을 보는 것이긴 하지만, 주식을 사면 기업이 돈을 조달할 수 있다.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코인 시장에는 그런 요소가 전혀 없다. 생산이 더 일어날 요인을 절대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코인은 주식과 완전히 다르다.

-비트코인 가격이 11만 달러를 넘으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처럼 가치를 인정받는 코인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이유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 광풍"이 분 적이 있다. 튤립이 수입된 후에 튤립이 투기의 대상이 돼서 튤립 하나 값이 집 한 채 값이 됐었다. 그 상태가 수 년 동안 지속됐는데 결국 가격이 폭락했다. 코인 시장도 구조가 똑같다고 본다.

코인 시장이 "튤립 광풍"보다 오래 가는 이유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요. 과거처럼 좁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거래가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고 인구도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나중에 모든 상황이 끝나면 비합리적이라는 걸 깨달을 것이다.

코인 투자자들에게 자주 물어본다. 왜 비트코인은 1억원이 넘고 이더리움은 1000만원이냐고. 절대 설명하지 못한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코인사기 피해자 구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 코인사기는 어떤 구조인가. 

이른바 "잡코인"에 투자해서 재산을 탕진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들이 코인을 사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 주변 사람이 그걸 사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이 샀기 때문이다. 코인을 "다단계"에 비유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시장에 유입돼야만 코인의 가격이 유지되고 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다단계는 신규 가입자 유입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코인은 거래소를 통해서 신규 투자자가 알아서 유입되도록 하는 진화된 사기다.

-해외에서는 폴 크루그먼 같은 경제학자나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자본가들이 코인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비판이 흔치 않은데. 

코인에 관해서 국내 경제학자들이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 연구를 안 하는 것인지, 함부로 의견을 냈다가 비판 받을까봐 조용히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코인을 찬양하는 것도 아니지만, 딱히 비판하지도 않는다.

-코인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코인 거래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로운 행위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음란물, 도박, 마약이 그 사례가 되겠다. 심지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돈을 빌리고 이자를 지급하는 것도 유사수신행위로 금지한다. 그런데 코인으로 돈을 탕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금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본주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보고, 그걸 상징하는 대표적인 게 코인이라고 본다. 자본주의는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고, 일한 만큼 보상받기 때문에 사회주의보다 우월하다"고 얘기하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코인 투자해서 돈 번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 사람을 비웃는 세상이 됐다. 이 상태로 자본주의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본다. 수많은 국민들이 이 도박판에 뛰어들고 있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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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기자